빛과 그림자 Intro
빛이 한 사물을 비추게 되면 정면은 밝게 빛나지만, 사물 뒤쪽에는 반드시 검은색의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이 그림자는 항상 태양의 반대쪽, 즉 피사체의 뒤쪽에 생기는데 이때 만들어진 그림자는 태양의 각도나 시간에 따라 그림자 크기를 좌우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진을 촬영할 때 피사체만 보고 피사체의 일부분인 그림자를 외면하게 된다. 밝은 하이라이트와 검은 그림자를 함께 촬영하면 사진의 입체감도 생기고, 빛의 농담이 다양해져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빛과 그림자 Tip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사체들은 그 피사체만을 촬영하는 것보다 그림자를 함께 촬영함으로써 피사체를 한 번 더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빛이 닿는 밝은 부분과 그림자를 함께 담은 사진은, 시각적으로도 명암이 풍부해지고 좋은 사진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림자는 피사체 크기와 항상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빛의 방향과 각도, 그리고 시간에 따라 그림자의 크기는 달라진다. 특히 아침저녁으로 빛의 각도가 완만하면 그림자는 피사체보다 크기가 2~3배 커진다. 이런 점을 이용하면 그림자를 통해 피사체의 본질을 왜곡시켜 재미있고 다양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빛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피사체의 그림자가 있다. 우리는 보통 피사체에 초점이 맞춰져 그림자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사진은 눈이 많이 내린 학교 운동장의 겨울 풍경을 촬영한 것이다. 운동장 안에 수많은 발자국이 있고, 축구 골대와 그림자가 하얀 캔버스 안을 장식하였다. 무엇보다 앙상한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사진의 반을 채운다. 그림자는 검은색 이외는 그 어떤 색도 없다. 하얀 운동장을 마치 도화지처럼 여기고 거기에 검은 나무 그림자가 검은 먹물로 그림을 그려놓은 듯하다. 여기서 나무는 거의 사진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나무 그림자를 사진 안에 배치해 나무의 크기와 이미지를 상상하게 했다.
아프리카 사파리답게 호텔 복도에 걸린 얼룩말이 아주 인상적이다. 3개의 다른 프레임으로 나눠진 얼룩말 그림이 피사체로 다가왔지만, 그 위에 강한 태양 빛을 가리기 위한 가림막의 그림자가 얼룩말 무늬와 통일성을 갖는다. 흰색과 검은색의 일정한 패턴의 얼룩말과 검은색의 그림자와 주황색의 벽 색깔이 일정한 패턴을 이뤄 묘한 느낌의 사진을 촬영하게 되었다.
사막 사진을 촬영할 때 광선을 사광이나 측면광을 이용하라고 팁을 드렸다. 그리고 사막은 태양이 중천에 달아오르면 모래 색감이 노랗지 않고, 흰색이 더해져 들뜬 색감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럴 땐 낙타를 비롯한 다양한 피사체를 프레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 사진은 바로 낙타의 그림자를 사막의 배경으로 끌어들였다. 낙타 등에 타고 오른쪽으로 늘어진 검은 그림자를 주피사체로 촬영해 시선이 사람이 아닌 낙타로 집중시켰다.
사진은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림자를 이용하면 우리가 늘 보던 광경도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을 만들게 한다. 이 사진은 카페를 촬영한 것이다. 일정한 패턴의 탁자와 의자를 촬영해도 되지만 노란 벽에 만들어진 커튼과 탁자의 그림자가 우리의 시선을 잡아준다. 또한 오른쪽 가장자리에 파란 하늘과 바다를 넣어 피사체가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설명해주면 된다. 아무도 앉지 않은 카페의 테이블보다는 그림자를 촬영해 휑한 분위기를 극복하려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보기엔 쉬운 사진이지만 발품이 많이 들어간 사진이다. 경복궁 자경전 담벼락에는 아름다운 문양의 장식들이 많다. 만약 이 담을 그냥 찍게 되면 초등학교 숙제처럼 사실적인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담벼락 앞에 있는 살구나무를 함께 촬영하면 나무가 들어가 담벼락의 문양이 작아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해 살구나무 그림자를 담에 넣고 촬영한 것이다. 살구나무 그림자가 담의 문양과 어우러지게 하려면 11월 말부터 1월 말까지 오후 4시 10분~20분경에 가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멋진 그림자를 촬영할 수 있다. 이 사진은 11월 25일, 오후 4시 7분에 촬영한 것이다.
이른 아침, 산토리니 골목길을 산책하다가 벽에 드리운 그림자를 발견하고 한 컷 눌렀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골목길은 그다지 눈에 띄는 요소들이 없다. 평범한 골목길이지만 벽에 그림자를 보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벽에는 사진에 보이지 않는 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노란색의 벽을 도화지 삼아 직선과 곡선의 아름다움이 그림자를 통해 표현되었다. 철로 만든 창살과 문의 모양과 형태들이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뭔가 새롭고 멋진 피사체를 찾아 촬영하려고 애쓰는데, 이런 일상생활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요소들에 관심을 둔다면 재미있고, 자신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사진은 이슬람 사원의 창을 촬영한 것이다. 이슬람 사원은 유리 대신 대리석을 정교하게 깎아 독특한 형태의 모양의 창틀을 만들어 낸다. 한옥의 문살을 촬영할 때 역광으로 하듯이 당연히 이슬람 창도 같은 빛의 방향을 선택한다. 다만 여기서는 창과 창의 그림자를 동시에 넣은 것이 좀 다르다. 좁은 홈을 통해 들어오는 광선과 창틀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가 서로 어우러져 신성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사진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절집 중 하나인 선암사. 이곳은 이른바 ‘해우소’가 아주 유명하다. 재래식 화장실인데 한 번 들어가면 모든 번뇌와 근심이 사라진다. 절집의 풍경도 담는 것도 좋지만 이른 아침 창을 통해 들어오는 맑은 햇살과 그림자를 함께 촬영하는 것도 좋다. 나무 널판 위로 빗살 문양의 그림자가 만들어져 전혀 화장실 같지 않은 느낌이다. 그만큼 통풍이 잘되기 때문에 해우소에 오랫동안 머물러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해우소의 빛과 그림자가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을 만들게 한다.
하얀 눈밭을 도화지 삼아 멋지게 생긴 소나무 한 그루를 그려 넣었다. 이처럼 창덕궁의 애련지에 소나무를 넣기 위해서는 먼저 날씨가 추워 연못의 얼음이 얼어야 하고, 그다음엔 눈이 내리고, 다음날 날씨가 맑아야 한다. 또한 그림자의 크기가 연못 밖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선 태양의 고도도 중요하다. 이런 요소들을 다 고려해서 촬영하려면 한 번 가지고는 안 된다. 이 사진은 2월 2일, 오전 11시 40분에 촬영한 것이다. 겨울이 아니면 촬영하기 어려운 그림자 사진이다. 한국화처럼 어떻게 촬영할까? 고민 끝에 하얀 눈과 검은 그림자를 화선지와 먹처럼 만들어 낸 사진이다.
호수에 일출을 찍으러 나갔다. 호수 앞에는 산이 있어 산봉우리 위로 태양이 솟아오른다. 그러나 빛이 너무 강해 모든 것이 실루엣이다. 이럴 땐 얼른 물을 보자. 물이 보이면 떠오르는 광선은 역광이다. 이른 아침이기 때문에 아직 태양의 빛이 그리 강하지 않다. 그래서 물빛은 노란색과 붉은 색감이 돈다. 그리고 호수에 정박해 있는 배의 선수와 그 밑으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넣어 고요한 아침의 호수 풍경을 담은 것이다. 해가 뜨는 일출 사진도 좋지만, 빛이 닿은 피사체를 잘 관찰하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너무 태양을 프레임에 담으려고 애쓴다. 그것보다는 태양이 비추는 피사체에 관심을 두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카페. 1912년에 문을 처음 열었다는 의미가 카페의 역사를 말해준다. 카페 내부를 촬영할 수도 있지만, 벽에 ‘1912’라는 숫자와 나뭇가지에 의해 만들어진 그늘 그리고 교통 신호판이 벽에 하나의 피사체로 들어왔다. 매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풍경들이나 피사체는 직접적으로 촬영하는 것보다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사진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피사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사진은 테크닉보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와 소재의 선택이 훨씬 중요하다.
티베트 불교를 상징하는 불탑과 오색의 룽다이다. 파랑, 하양, 노랑, 빨강, 초록 등 다섯 가지의 오방위 색이 룽다를 표현하지만, 그림자는 모두 검은색이다. 티베트를 여행하다 보면 수도 없이 보게 되는 룽다를 색감만을 계속해서 촬영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때로는 그림자를 이용해 색을 없애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이다. 사람의 피부색이 서로 다르고, 종교도 다르다 그렇지만 사람들 마음의 안식을 주는 것은 각자가 믿는 신이다. 이처럼 오색의 룽다는 각기 다른 사람이고, 그림자는 외형적으로 나타난 사람이 아닌, 모두 같은 마음을 형이상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명 ‘자화상’의 사진이다. 사진을 촬영하게 되면 화가들처럼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거울을 마주하고 그 속에 담긴 자신을 찍기도 하고, 물에 비친 모습도 담는다. 스마트폰으로 찍는 셀카는 사실적이지만 그림자나 다른 피사체에 비친 모습을 담는 것도 다양한 자화상을 연출하는 방법의 하나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실제 키보다 그림자의 크기가 훨씬 크다. 해 질 녘에 빛을 이용하면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자화상에 관심이 있는 촬영자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자화상을 만들어보자.
스페인 세고비아 알카사르는 월트디즈니의 <백설 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델이 되었다고 해서 '백설 공주의 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에게도 조금 친숙한 성이지만, 촬영 시간대가 정오이고 빛의 방향도 순광이라 촬영 조건이 좋지 않았다. 물론 아름다운 백설 공주의 성을 사실적으로 촬영하기엔 딱 좋은 광선이다. 하지만, 빛이 너무 밋밋하고, 피사체 정면으로 빛이 비쳐 설명적인 사진이 됐다. 시간을 기다릴 수도 없고, 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 사광이나 측면광으로 촬영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이럴 땐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하면 사진의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는데, 사정이 그렇지 못해 해를 그림자를 넣어 사진의 시각적인 요소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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