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빛 Intro
하루 중에서 가장 푸른빛을 가득 품은 시간대가 바로 새벽이다. 보통 빛이 없으므로 이 시간에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장시간 노출을 주면 하늘이나 바다 등에서 아주 멋진 색감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해가 뜨기 1시간 전후로 진한 코발트블루 계통의 하늘이나 바다를 촬영하고 싶은 촬영자에게 안성맞춤의 시간대이다. 하늘은 검은색이 아닌 짙은 푸른빛에서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우리가 보는 파란색으로 바뀌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실제로 보는 빛의 색감과 렌즈를 통해 촬영된 이미지의 색감이 다소 왜곡되고 차이가 난다.
새벽빛 Tip
빛이 없는 어두컴컴한 시간대에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삼각대가 필수이다. 그리고 푸른빛이 많은 새벽 시간에는 주로 하늘이나 하늘빛이 반사되는 강이나 호수 그리고 바다를 대상으로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출에 있어서 조리개는 F11 이상 확보해 주면 심도가 깊어져 환상적인 새벽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주로 예술적인 이미지나 색감을 중심으로 촬영하는 이미지 사진에 적합하다.
영혼의 맑은 기운이 일 년 내내 머무는 그리스 메테오라의 밤하늘은 정말 새까맣다. 오전 1시라 여명의 빛은 한 참 남았다. 하지만 깜만 밤하늘엔 수많은 별이 떠 있고, 그 아래 기암절벽과 붉을 밝힌 수도원이 새벽을 기다리고 있다. 하늘은 태양의 위치와 시간에 따라 이처럼 색감이 다르다. 칠흑 같은 밤이 지나고 나면 하늘에는 서서히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빛을 담기 위해서는 삼각대는 필수이고, 빛을 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다. 여기서 별 사진은 궤적이 아니라 점으로 촬영하였다. 물론 노출시간을 30초에, 2초 간격으로 100장 이상 촬영한 다음 포토샵을 통해 별의 궤적을 동그라미 모양의 궤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진은 너무 인위적인 느낌을 준다. 우리 눈에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별이 그냥 점으로 빛나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사진은 우리 눈으로 보이는 대로 담는 것이 자연스럽다.
저속셔터인데 삼각대가 없어 ISO를 최대한 올리고, 숨을 참아가며 셔터를 눌렀다. 시간은 한밤중을 지나 새벽으로 조금씩 달려가자, 하늘에서 푸른색 몇 줌이 나타났다. 빛의 방향은 역광이라 창덕궁의 지붕은 실루엣으로 나오고, 장노출이 아니기 때문에 하늘에 별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달이 동쪽으로 어느 정도 기울어야 하늘도 본격적으로 여명의 빛을 내 줄 것이다.
새벽 4시가 되자 하늘이 점차 푸른빛이 감돈다.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어 설산과 별을 마음대로 촬영할 수가 없었다. 별을 많이 촬영하기 위해서는 불빛도 적어야 하고, 하늘에 달도 보름달이 아니어야 완벽하다. 2분이라는 장노출의 셔터로 별이 점이 아니라 약간의 선으로 떨어졌지만, 하얀 눈을 덮어쓴 안나푸르나와 푸른빛을 흠뻑 먹은 새벽하늘이 자연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만약 안나푸르나와 별 궤적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면 인터벌 촬영을 권한다. 노출시간은 15초와 30초로. 인터벌 간격은 2초로 세팅한 다음 100~200여 장을 촬영해 합성하면 된다. 이 사진은 2분 장노출과 조리개 F11으로 촬영하였다.
프레임 오른쪽의 상단에는 앙증맞은 그믐달이 떠 있고, 왼쪽으로는 V자 형태로 기러기들이 먹이를 찾아 이른 새벽부터 날갯짓하고 있다. 일출이 되기 1시간 전이지만, 하늘은 푸른빛과 약간의 붉은빛이 뒤섞여 아름다운 자연의 빛깔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상단에는 아직 검푸른 빛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태양이 솟아오를 하단 쪽에는 붉은빛이 감돈다. 기러기는 아침 만찬을 위해 천수만에서 먹이가 있는 논두렁으로 날아가고 있다. 이때 기러기가 천연기념물이나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새라면 고속셔터로 촬영해 새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촬영해야지만, 기러기는 겨울 철새 중에서 가장 흔해 저속셔터를 사용해 대열만 보여주고, 날갯짓도 잔상 효과를 생각해 이미지만 촬영한 것이다.
도시에도 여명은 찾아온다. 밤새 품었던 별들이 시나브로 사라지자, 건물에 조명 등이 켜지며 사람의 움직임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이때 하늘도 까만색에서 푸른 여명의 빛을 마구 토해낸다. 개인적으로 이런 빛이 가장 좋다. 일명 ‘코발트블루’라고 하는데, 이런 색을 촬영하기 위해선 태양이 뜨기 1시간 전후가 좋다. 자연풍광도 좋고, 도시의 여명도 좋다. 좋은 피사체를 선정하고, 삼각대를 받쳐놓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빛의 상태가 되었을 때 셔터를 누르면 된다. 사진은 우연히 촬영되는 순간도 있지만, 대개 기다림 속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사진의 코발트블루는 30분이면 붉은색과 섞여 오묘한 빛의 세상이 하늘에 또다시 펼쳐진다.
1월이라 오전 7시가 다 되었어도 독도 하늘엔 푸른빛이 감돌고 있다. 여름철 이 시간대이면 하늘은 노란색과 흰색으로 물들지만, 겨울은 일출이 늦어져 푸른빛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독도의 2개 섬, 동도와 서도이다. 독도 하늘 위로 짙게 구름이 드리워져 있지만, 하늘과 바다는 검푸른 빛이 넓게 퍼져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짙은 구름 사이로 하늘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푸른빛은 사라지고 또 다른 색들이 하늘과 바다를 물들인다. 팔색조처럼 변화무쌍한 하늘색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는 촬영자의 몫이다. 코발트블루를 좋아하면 여름보다는 겨울철이 좋다. 추위와 싸워가면서 카메라에 담아낸 파랑은 평생 잊히지 않는 색이 될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3월이 되자 일출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오전 6시인데도 하늘은 이미 하얀 속내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이 사진은 하늘을 주피사체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 시모노세키의 바다가 프레임의 주인공이다. 그렇지만 수평선에 가까운 바다는 하늘빛을 고스란히 반사해 흰빛이 감돌고, 사진 아래쪽은 아직 짙푸른 여명이 물 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가 푸른빛을 담기 위해 하늘을 주로 촬영하지만, 물이 있는 곳에서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하늘빛이 반사되는 호수, 강, 바다 등을 촬영해도 여명의 느낌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2월 중순, 오전 7시 30분경에 촬영한 중국 영정의 사진이다. 수평선에서는 이미 해가 떠올랐지만, 산속이라 태양이 얼굴을 아직 드러내지 않았다. 삼각대가 없어 ISO를 2000까지 올리고, 바닥에 카메라를 놓고 촬영한 것이다. 몸을 세우면 하늘의 푸른빛을 많이 담을 수 없어 최대한 푸른빛을 많이 담으려고 몸을 낮춰서 촬영한 것이다. 렌즈는 광각이라 바로 앞에 있는 박석이 왜곡되어 아주 크게 나오고,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아주 작게 보인다.
코발트블루, 아쿠아마린의 색감처럼 하늘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추운 겨울날 새벽 시간에 맞춰 그믐달과 파란 하늘을 촬영한 사진이다. 노출은 2초, 조리개는 F11로 맞추고 하늘과 달 이외에는 그 어떤 이미지도 넣지 않았다. 파란 하늘은 빛의 굴절에 따라 농담이 달라졌고, 그믐달은 장노출로 인해 밝게 빛나는 부분과 지구에 의해 가려진 부분이 하나의 원을 만들고 있다.
여명이 가고 태양이 하늘을 지배하는 시간대가 펼쳐졌다. 바이칼 호수도 푸른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었고, 하늘도 마찬가지다. 아마 바다에서는 태양이 수평선 위에 걸렸을 시간이다. 하지만 바이칼 호수 앞에는 산이 있어 태양의 모습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이미 태양에 지배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산 위로 붉은 기운이 점점 커질수록 코발트블루는 내일을 기약해 할 것이다.
10여 분만 있으면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 오를 것이다. 불행하게도 일출은 수평선에 걸린 구름 띠 때문에 촬영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땐 재빨리 일출보다는 마지막 남은 하늘의 코발트블루를 촬영하는 것이 좋다. 낙산사 홍련암에서 지붕의 처마 선과 오른쪽 아래의 의상대 그리고 짙푸른 동해를 함께 넣은 것이다. 해가 거의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에, 바다 쪽으로 붉은 기운이 퍼져 있고 반대쪽은 아직도 코발트블루가 사력을 다해 새벽의 끝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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