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루엣 Intro
프랑스 재무 장관 ‘에틴느 드 실루엣’의 이름에서 따온 실루엣은 불빛에 비친 피사체의 그림자 또는 피사체의 검은 윤곽이나 형태를 말한다. 원래는 18세기 유럽에서 검은 종이를 이용한 초상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탐관오리였던 드 실루엣의 얼굴을 보기 싫어 검게 윤곽선만 그린 것이 사진에도 도입되었다. 역광과 비슷하게 카메라가 태양이나 밝은 부분에 노출을 맞추면 피사체는 형태와 윤곽선만 남고 모두 검은색으로 표현된다.
실루엣 Tip
실루엣이라고 해서 모든 화면이 검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가 태양을 정면으로 받거나 밝은 부분에 노출을 맞추게 되면 형태를 가진 피사체는 윤곽선만 남고 모두 검은색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배경에 노출을 맞추기 때문에 일출이나 일몰 때는 배경이 붉은색이 되기도 한다. 실루엣을 촬영할 때는 피사체의 객관적인 사실성보다는 피사체의 윤곽선과 배경 색깔에 맞춰 촬영하면 극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노출은 항상 밝은 부분에 맞춰야 검은색의 실루엣이 촬영할 수 있다.
이 사진은 호수와 호숫물에 담긴 하늘을 촬영한 것이다. 우리는 보통 호수와 그 위에 만년설을 함께 담으려고 애를 쓴다. 이것이 일반적인 사진 촬영법이다.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가 산과 호수를 전체를 담으려고 하지 말고, 풍경을 촬영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과 호수를 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호수와 산을 찍는 사람을 담기 위해 위치를 높은 곳으로 이동해 사람과 하늘빛을 담은 호수만을 촬영한 것이다. 우리는 이 사진에서 사람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진은 전체를 설명하는 것보다 생략하거나 감출수록 남과 다른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티베트 라싸의 조캉 사원 앞은 언제나 많은 순례자와 관광객으로 붐빈다. 사원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과 사원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순례자들 그리고 이런 모습을 구경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다 신성하고 아름답다. 생김새와 피부색이 서로 다르지만, 삶의 행복의 지향점은 서로 비슷하다.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 실루엣을 선택했다. 실루엣은 역광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피사체의 윤곽선만 남고 모두 검은색으로 표현된다. 빛바랜 흑백 사진처럼 검은 그림자들의 행렬에서 이들의 종교적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실루엣의 장점은 윤곽선을 또렷하게 만들고, 피사체의 모든 것이 검은색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색감을 단순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왼쪽 나무 아래에서 산 너머로 지는 태양을 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감정이입을 시켜준다. 그냥 일몰을 찍게 되면 아주 밋밋해지는 사진을 피해 일몰을 촬영하고 있는 다른 사람과 나무를 넣어 프레임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
특전사 요원들이 하늘에서 낙하 훈련을 하는 모습이다. 빛을 역광으로 촬영하니, 낙하산은 태양 빛을 머금어 노랗고, 특전사 요원들은 검은 실루엣이다. 우리가 순광에서 보는 낙하산과 달리 역광의 실루엣이 또 다른 느낌의 사진을 연출한 것이다. 만약 하늘이 흐리지 않고 맑은 날씨였다면 푸른색의 배경이 더 멋지게 나왔을 것이다.
마차가 도시를 활보하는 중세의 분위기를 촬영하고자 하였다. 마부가 터널을 지나기 전에 촬영할 수도 있지만, 터널 안의 검은 빛과 마부와 마차 등을 실루엣으로 촬영해 중세의 분위기를 높이고자 타이밍을 늦게 가져갔다. 만약 마차를 탄 사람이 중요한 인물이라면 순광으로 인물을 정확하게 표현해야지만, 관광객 마차는 그럴 필요가 없다. 따라서 터널을 지나가는 방향을 잡고, 마차가 터널 속을 통과하는 순간에 셔터를 눌러 실루엣으로 촬영하면 순광일 때보다 더 재미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이곳은 그가 세례를 받은 대성당이다. 이런 건축물을 촬영할 땐 당연히 순광으로 정확하게 표현해야지만 때로는 실루엣으로 윤곽선만 남기고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다. 창공에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의 선율을 상상하면서 여백을 많이 주었고, 운 좋게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엷은 궤적을 남겼다. 순광으로 촬영하면 대성당의 생김새는 잘 보여주지만, 감성적인 사진을 연출하기 어렵다. 이럴 땐 재빨리 역광으로 해서 성당의 윤곽선과 파란 하늘을 잡아보는 것도 좋다.
일생에 한 번쯤 가고 싶은 여행지, 앙코르 와트. 수많은 사원을 어떻게 촬영해야 할까? 고민이다. 건축 사진은 자칫하면 초등학교 숙제처럼 사실적이거나 너무 설명적으로 찍게 된다. 이 사진은 사람이 있어 사진의 풍성함을 더 했다. 왼쪽으로 두 명의 여신의 부조상이 있고, 복원하면서 비뚤어진 돌의 형태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여기에 화룡점정은 당연히 창같이 생긴 곳에서 더위를 피해 있는 두 명의 여성이다. 실루엣으로 성별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지만 머리 모양을 보면 여성인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사진은 이곳이 어디인지를 보여주고, 그늘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부조상들과 대립하여 재미있는 사진을 얻게 되었다.
유럽에서 가장 긴 볼가강. 이 강을 따라 러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발전하였다. 그중에서도 키지섬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자 러시아 사람들이 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역광으로 빛의 방향을 선택하면 당연히 건물은 검은 윤곽선만 남는, 실루엣이다. 형태가 비슷한 돔과 십자가들이 물빛과 어울려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하늘의 태양 빛이 물에 반사되고, 검은 실루엣의 교회가 이국적인 풍경이다. 실루엣은 다양한 색감은 없지만, 윤곽선과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DSR 카메라든 스마트폰이든 상관없이 가장 많이 촬영하는 피사체는 풍경이다. 기술과 카메라 성능은 다르지만, 풍경 사진은 촬영자의 성향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사진은 여수 향일암에서 일출 때 찍은 것이다. 여수 향일암은 절집 앞으로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일출의 장면이 좋아 많은 사람이 찾는데, 그렇다고 프레임에 태양만 담기엔 단조로움이 있다. 이럴 땐 절집의 풍경, 처마, 나뭇가지 등을 넣어 밋밋한 프레임을 풍성하게 실루엣을 만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 일출이나 일몰 같은 경우 태양을 주피사체로 선정하지 않고, 주변의 다양한 피사체를 프레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깎아지른 낭떠러지에 아슬아슬하게 난 좁은 도로, 그 뒤로 붉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는 면산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태양이 붉게 보인다. 그리고 깎아지른 기암절벽을 표현하기 위해 실루엣으로 촬영하니 왼쪽으로 가파른 절벽의 윤곽선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수직 절벽과 고풍스러운 건축물, 그리고 붉은 태양에 노출과 포커스를 맞춰 풍경 사진의 단조로움을 극복해 보았다.
타지마할은 파리의 에펠탑이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만큼 유명한 인도의 건축물이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건축물의 촬영은 여간해서 잘 찍기 쉽지 않다. 보통 타지마할은 입구에서 하얀 대리석의 타지마할과 그 이미지가 반영된 연못을 대칭적으로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촬영법이다. 그래서 이 사진은 그런 고정관념을 벗어나 누구나 타지마할 입구에 들어서면 감탄사가 절로 나 발걸음을 멈추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증샷을 찍는다. 이때 한 발짝 물러서서 사람들이 타지마할을 대하는 모습을 실루엣으로 잡고, 이슬람 특유의 건축 양식 안에 타지마할에 노출을 맞췄다.
대나무를 실루엣으로 촬영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군자의 대나무를 하얀 화선지에 검은 먹물로 그리는 것처럼 사진도 그렇게 촬영할 수 없을까? 물론 흑백으로 촬영을 하거나 컬러로 촬영 후 Photoshop 프로그램에서 흑백으로 전환하면 흑백 사진의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처음부터 역광으로 촬영하면 대나무가 검은 실루엣으로 떨어지고 배경이 되는 하늘의 색감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사진 위쪽은 검은 구름이, 중간에는 파란 색감의 흰 하늘이 감돌아 색의 계조가 많아져 흑백 사진과 다른 느낌의 실루엣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만약 하늘이 붉은 노을이 있었다면 대나무는 검게 나오고, 배경은 붉게 나왔을 것이다.
기암괴석이 유명한 터키 카파도키아는 오래전부터 종교적 박해를 받았던 초기 기독교인들이 버섯모양의 암석에다 동굴을 파고 집을 짓고, 교회를 짓고 살았다. 이제는 관광객들이 그들의 흔적을 더듬어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사진에서 한 여자가 카메라로 벽에 그려진 성화들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어두운 동굴 안이지만 사람과 동굴의 윤곽선이 또렷하게 나와 사람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정보전달이 잘 되고 있다. 또한 노출은 마을에 맞추니, 도시의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와 어두운 동굴 안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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