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후 Intro
보통 해가 지고 나면 촬영이 끝났다고 짐을 챙기기 바쁘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 야구의 명언처럼 마지막 남은 빛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하늘이나 물에 반사된 빛을 촬영하면 오히려 더 멋진 풍경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때 햇빛이 완전히 사라졌지만, 태양은 하늘과 구름을 통해 마지막 남은 빛을 내보낸다. 조리갯값을 최대한 조이고 셔터 스피드를 느리게 장노출로 촬영하면 생경한 분위기의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일몰 후 Tip
해가 진 후 자연의 변화무쌍함도 좋지만 도시 촬영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늘은 붉은색과 푸른색이 있고, 빌딩에서 품어내는 네온사인과 어우러져 도시의 저녁 풍경을 아주 멋지게 담을 수 있다. 해는 졌지만, 화이트밸런스는 태양 모드에 두고 장노출로 도시를 촬영하면 멋진 하늘과 아름다운 네온사인의 도시를 촬영할 수 있다. 해가 진 후 붉은 하늘을 촬영하려면 여름이 좋고, 코발트 빛의 푸른 청색의 빛을 촬영하려면 추운 겨울이 좋다.
프랑스 파리_루브르박물관
골든 타임의 화려한 빛의 향연은 끝이 났다. 하지만 하늘은 노란색과 붉은색 대신 코발트블루의 또 다른 빛의 향연이 시작됐다. 태양이 지고, 대략 20분 정도 하늘을 촬영하면 영원한 파란색의 느낌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피사체의 주인공인 루브르박물관의 입구인 피라미드를 정 가운데 배치했고, 그 위로 공간을 열어 코발트블루를 담았다.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좌우로 중세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대칭적으로 배치했고, 네온사인과 계단에 앉아 즐겁게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루브르박물관의 상징인 피라미드를 함께 조용한 저녁 풍경을 담았다. 불이 들어온 조명빛을 뾰족하게 만들려면 삼각대를 이용해 장노출을 줘야 한다. 그러면 네온사인의 불빛이 뭉개지지 않고, 별이 빛나는 것처럼 이미지를 담을 수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_이아 마을
유럽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는 산토리니의 이아 마을이다. 태양은 바다 너머로 들어갔고, 마지막 남은 붉은색 몇 줌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하얀색의 집들은 빛을 잃어 탁해져 가고, 그 자리를 노란 네온사인이 하나둘씩 켜지며 지중해의 밤을 낭만으로 이끈다. 도시처럼 화려한 네온사인은 아니지만 은은한 불빛과 엷은 하늘빛이 어우러져 따스한 느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도시가 아니라 수평선이 있는 바다라 골든 타임이 지나도 꽤 오랫동안 하늘의 붉은 빛을 담을 수 있었다. 장노출을 주면 이런 색감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타히티 보라보라
수평선 너머 해가 졌다고 카메라를 정리하면 안 된다. 태양은 마지막까지 남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고 떠난다. 특히 바다에서 맞는 일몰 후의 풍경은 시간의 여유를 갖고 촬영하게 되면 좋은 빛을 담을 수 있다. 프레임 한가운데에 노를 저어 집으로 가는 어부의 모습이 들어오고, 사람을 중심으로 위로는 붉은 하늘이 아래로는 빛을 머금은 잔물결이 아름답게 일렁인다. 사진을 최후까지 빛을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한낮의 빛 보다는 어둑해지는 빛이야말로 자연스럽고, 붉은색이 많아 강렬한 인상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된다.
이집트 아스완_나일강
타히티만큼은 아니지만, 나일강 언저리에 아직 붉은 색감이 남아 있다. 배 위에서 촬영하다 보니 셔터가 고속이고, 조리개도 거의 개방이다. 붉은색의 물감을 하늘에 뿌려 놓은 듯, 하늘이 온통 붉다. 그래서 황금분할 선을 최대한 사진 아래로 끌어내려 90% 정도 하늘을 담았고, 돛단배와 나일강의 저녁 풍경을 나머지로 채웠다. 이미 해가 진 나일강의 풍경은 붉은 색감이 황홀하게 만든다. 최후의 시간까지 빛을 카메라에 담을 때 좋은 결과의 사진이 되는 것이다. 만약 눈으로 보는 것보다 조금 붉게 만들고 싶다면 화이트밸런스를 태양광에 놓지 말고, 그늘 모드에 두면 색감이 더 빨개진다. 캘빈 온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다면 대략 6,000K 놓으면 좋을 것이다. 너무 빨갛게 되면 인위적인 느낌이 드니 화이트밸런스를 적당하게 조절해야 한다.
브라질 리오데자이네루
7대 불가사의 건축물에 새롭게 선정된 브라질 리오데자이네루의 상징아이콘인 예수상이다. 예수는 하느님의 메시아로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역할을 하는 구원자다. 붉은 하늘은 조물주가 사는 신의 영역이고, 예수 발아래 검은 안개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인간의 땅이다. 사진은 해가 진 하늘을 배경 삼아 색깔을 통해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고, 그 가운데 메시아 예수를 넣었다. 프레임에서 오른쪽에 예수를 배치하고, 왼쪽의 여백을 많이 두어 답답함을 피했다. 태양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지만, 하늘엔 약간의 붉은 기운이 남아 리오데자이네루의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충청남도 태안_꽂지해수욕장
꽃지는 많은 사람이 찾는 출사지이자 여행지이기도 하다. 대부분 사람은 꽃지의 일몰을 감상하거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간다. 그리고 바다에 떠 있는 두 개의 바위 사이에 태양이 걸리면 열심히 셔터를 누른 후 철수한다. 그러나 시간의 여유를 갖고 해가 다 진 후의 풍경을 담아보자. 삼각대 없이도 1/30s 충분히 일몰 후의 꽂지의 저녁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수평선은 프레임 밑으로 내리고, 구름의 생김새와 색감이 좋아 사진의 80% 이상을 하늘을 넣었다. 일몰의 사진은 감성 표현이 제한되지만, 이 사진처럼 해가 진 후의 하늘과 꽂지를 담으면 사람에 따라 새로운 감정이입이 생길 것이다.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카메라를 정리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자신만의 일몰을 촬영해 보자.
전라남도 구례_화엄사
우리나라 절집 가운데서 석양빛을 배경으로 범종각을 촬영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구례 화엄사는 해가 진 후의 아름다운 하늘을 배경으로 은은한 종소리를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범종각 안에 불이 켜지고, 종 뒤로 코발트블루와 약간 붉은 기운이 소리 없이 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저속셔터라 스님의 모습이 흔들렸지만, 굳이 윤곽선을 또렷하게 촬영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스님이 주 피사체가 아니라, 범종각의 종과 배경이 주 피사체이기 때문이다. 다만 해가 진 후의 범종각을 촬영하기 위해선 겨울철에 가야 한다. 보통 오후 6시에 종을 치기 때문에 여름에 가면 일몰의 시각과 맞지 않는다.
그리스 산토리니
해는 이미 완전히 소멸했다. 노출도 거의 나오지 않아 ISO를 높이고, 셔터도 저속으로 해서 하늘에 남은 마지막 코발트블루를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도시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빛을 밝히지만, 하늘은 연한 블루이고, 지중해는 짙은 푸른색으로 밤을 준비한다. 야경 사진도 하늘이 아주 컴컴할 때보다 연하더라도 푸른빛이 좀 남아 있을 때 촬영하는 것이 좋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형성된 산토리니의 피라 마을, 그 앞으로 광활한 지중해가 펼쳐져 있다.
튀니지 두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튀니지의 두가 로마 유적지이다. 로마제국의 식민도시로서 화려한 건축물들이 인상적인 두가 유적지.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떠났지만, 카메라에 담을 빛은 아직도 조금 남아 있다. 코린트 양식의 기둥 사이로 둥근 보름달이 떠올랐고, 세월의 뒤안길에 있던 로마제국의 아스라한 옛 영광은 달빛을 타고 카메라 안으로 들어왔다. 기둥 앞으로 여백을 두어 건축물이 답답하지 않고, 보름달에 시선이 머물 수 있도록 달의 위치를 기둥 사이에 의도적으로 배치하였다. 로마의 아스라한 옛 영광을 생각하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안개의 도시 캘리포니아의 저녁 풍경이다.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 마천루 위로 노란색의 보름달이 떠올랐다. 삼각대를 챙겼으면 좋았겠지만, 기동성을 위해 삼각대 사용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요즘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져 ISO를 2,000까지 올려도 노이즈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주 피사체인 달을 프레임 한가운데 배치하고, 전체적인 푸른색이 저물어가는 저녁 풍경과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망원경을 등장시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였다. 망원경의 생김새가 얼핏 보면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망원경을 통해 커다란 보름달과 푸른빛으로 물든 샌프란시스코를 보게 될 것이다. 망원경 하나를 넣어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라남도 신안_흑산도
5월이 되자 낮의 길이가 길어져 오후 7시 50분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푸른빛이 사력을 다해 남아 있다.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유명한 흑산도이다. 항구 주변에는 이 도시의 특산물인 홍어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건조되고 있다. 홍어 뒤로는 하루의 쉼표를 찍는 어선들과 어둑해진 산자락이 어우러져 흑산도의 밤의 시작을 알린다. 빛은 검푸른색이 흑산도의 항구를 낭만적으로 이끈다. 삼각대 없이 촬영하느라 ISO를 높였지만, 조리갯값이 개방되어 피사계심도를 높이지 못했다. 사진에서 기술적인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심도가 낮아도 해진 후의 색감으로 사진의 메시지를 만들었다.
중국 우전, 동책
상하이에서 남동쪽으로 130km 정도 달려가면 중국 특유의 전통건축물과 작은 운하들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연상케 하는 우전(烏鎭)에 이른다. 일명 '수향水鄕 마을'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우전은 우리의 하회마을처럼 문명의 이기에서 몇 발짝 물러나 있는 옛 마을이다. 주장, 둥리, 주자자오, 시탕, 난쉰 등과 함께 우전은 중국 6대 수향마을 문화재로 지정된 유서 깊은 옛 마을이다. 물의 도시답게 운하가 거미줄처럼 얽혀 아주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우전의 동책 마을. 이미 해는 서산으로 져 하늘빛은 아주 짙은 코발트 빛이다. 물 위로는 네온사인이 비쳐 하늘빛과 인공조명이 대조를 이룬다. 워낙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삼각대를 놓고 야경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삼각대가 없이 벤치 위에 카메라를 놓고 1/2초로 촬영했다.
러시아 우글리치
중국 우전보다 더 늦은 시간이다. 볼가강 위로 태양은 이미 져서 하늘빛이 거의 탁한 푸른색이다. 구름 사이로 작은 붉은 빛이 스며들었고, 강물 위로 반사가 돼 아주 이색적인 저녁 풍경 사진이 되었다. 여기서 카메라 초점을 의도적으로 맞추지 않아 흐릿한 모습을 촬영했다. 여러 번 설명했지만, 카메라 초점을 꼭 맞춰야 한다는 인식은 편견이다. 하늘과 물이 맞닿아 있거나 누구나 다 아는 피사체를 촬영할 땐 인위적으로 초점을 흐려 촬영하면 색다른 풍경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친화적인 도시 중 하나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해변이 아름다운 세계 10대 도시’, 뉴욕 타임스지는 ‘지중해에서 가장 활기찬 수도’, 론리플래닛은 ‘세계에서 가장 액티브한 10대 도시’ 등으로 텔아비브를 추천했다. 지중해 모래 해변이 아름다운 도시답게 해가 진 후에도 해변은 활기로 넘쳐난다. 태양은 이미 수평선 너머로 졌지만, 하늘빛을 품은 바다는 빨갛게 타오르고 있다. 완전히 해가 질 때까지 하늘과 물빛을 카메라에 담다 보면 해가 진 후에도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폴란드 크라쿠프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하늘빛은 새까맣게 변한다. 하루 시작할 때 빛은 검은색에서 시작해, 태양이 뜨기 전의 코발트 빛, 해 뜰 때 빨간색, 해가 떠오른 후 노란색, 정오에 흰색으로 바뀐다. 해가 중천을 지나면서 빛의 색은 반대로 흰색, 노란색, 빨간색, 코발트 빛으로 차례 바뀌고,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이 사진처럼 하늘빛은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한다. 이처럼 사진은 빛을 어느 시간일 때 촬영해야 하는지 빛의 색을 기억해 두면 때와 장소에 따라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 사진은 하늘빛을 제대로 담기에 촬영 시간이 늦었다. 그 결과 하늘이 너무 검게 표현돼 색감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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